2021년 3월 16일 화요일

미나라와 삼겹살 - 영화 '미나리' 개봉에 즈음하여

  미나리를 매년 생산지역에 찾아가서 먹고 오는 것을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어 간다. 친구들과 직장동료들과 선후배들과 함께 찾아 많이도 돌아다녔다. 청도의 산골짜기를 차를 타고 다녀오기도 하였고, 팔공산을 오르고 돌아오는 길에 직장동료들과 찾아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였다. 자전거를 타고 라이딩을 마칠 때쯤 찾아 허기진 속을 달래기도 하였고,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대구에는 12월에서 3월 사이에 아는 사람들만 아는 미나리 축제가 벌어진다. 경북의 미나리도 대구 근교에서 대부분 생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대구&경북은 전라남도 다음으로 미나리 생산량이 많은 곳이다. 경상북도 청도 한재미나리를 시작으로 달성군 가창면, 팔공산 주변 군위와 대구광역시 동구지역, 그리고 달성군 다사면과 화원읍이 대규모 미나리 단지들로 대구를 에워싸고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변에 미나리꽝이 둘러싸여 있다 보니 미나리를 즉석에 구입하여 삼겹살에 구워 먹는 시스템이 가장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미나리 꽝 식당에 가지고 간 고기와 주류


전국 미나리 생산량 통개(통계청. 2019년)

 

 위 표에서 확인 가능하듯이 전체 미나리 생산량의 1/3은 전라남도가 차지하고 있다. 전라남도와 재배면적이 비슷한 대구지만, 노지재배가 80%가량이라 전체 생산량은 전라남도의 30%가량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대구는 인근의 경상북도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대구 인근에서 생산하고 있어 실제 미나라 꽝으로의 심리적 접근은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고 볼 수 있다. 충청북도가 생산량이 없고, 제주도에서도 생산되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미나라 꽝과 현행법

 대부분의 미나리꽝은 농지에서 재배가 되는데 주로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재배되는 경우가 많다. 미나리를 재배하여 손질하고 도매상에 판매하는 행위에는 불법적 요소가 없지만, 미나리 재배 비닐하우스를 개조하여 식당으로 만들고 여기에서 술, 육류, 음료수 등을 팔게 되면 불법적 요소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게 된다. 음식을 판매하면서 일반음식점 영업신고를 하지 않으면서 불법이 시작되는 것이다. 기존 미나리 재배 하우스는 농림지역, 보전녹지, 보전관리, 생산관리, 자연환경지역 등에 해당한다. 때문에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 경주시도시계획조례 등에 따라 일반음식점 영업신고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염수 배출에 따른 상수도 보호법이나 영업허가 없이 주류를 팔 때 나타나는 조세법 위반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지자체도 이를 인식하고 개선책을 찾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지자체는 아직 뉴스로 접해보지 못했다. 농민들도 미나리 철 장사를 통해 적게는 수천에서 수억까지 이익을 보는 마당에 이를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여름철 하천 주변 상인들의 하천 점유와 비슷한 양상으로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빨리 이런 불법적인 요소가 해결되어 농민이나 이용자 모두 맘 편하게 미나리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현대화 / 대형화되고 있는 미나리 꽝 식당


미나리의 특성과 영화 '미나리'

미나리는 주로 축축한 땅에서 잘 자라므로 논에서 재배가 많이 되었다. 미나리가 재배되는 논을 미나리꽝이라고 부르는데 미나리가 더러운 물에서도 잘 자란다는 말보다는 물을 좋아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요즘은 깨끗한 지하수를 이용하여 재배되고 있다. 밭 미나리는 주로 6월, 8월, 11월에 생산 가능하며, 비닐하우스에서는 11월 말부터 3월 말까지 생산을 한다. 이러한 미나리의 습성을 모티브로 하여 제작된 영화 '미나리'가 대한민국에서 3월 3일에 개봉하였다. 영화는 1980년대 미국 이민 한인 가정을 배경으로 한다.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토대로 만든 영화라고 한다. 영화의 제목이 미나리인 것도 할머니가 가지고 온 미나리에서 딴 것이라 볼 수 있다. 질긴 생명력과 강인한 적응력을 이민가족에 투영하여 만든 영화이다. 다만, 영화 '미나리'의 개봉일이 3월 3일인 것이 삼겹살데이와 미나리를 엮으려고 한 것이 아니길 바라고, 그것을 사전에 감안했더라도 실패했다고 말하고 싶다. 개봉일을 정하는 힘을 가진 누군가는 아마 미나리와 삼겹살에 대한 추억이 있는 자가 아닐까 합리적 의심을 해본다.